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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점수 필수 기입 없애는 추세인데..." 어학졸업인증 강화하는 서울시립대 본문

교육을 보다/대학이야기

"영어점수 필수 기입 없애는 추세인데..." 어학졸업인증 강화하는 서울시립대

:차차 2012. 10. 12.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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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성적 필수 기입 없애는 추세인데..."

어학졸업인증 강화하는 서울시립대

 

* ()는 각주입니다.


대학원을 준비 중이었던 서울시립대 김준모(4학년, 가명)씨는 8학기 동안 모든 학점을 이수하고 졸업 조건을 충족했지만 한 가지, 공인영어 성적이 없어 방학에 개설되는 학부 졸업인증 대체수업을 수강했다. 지난 7월 여름에 개설된 이 수업의 강의료는 17만원으로, 50명이 수강했으며 직장에 출퇴근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영어성적 최소기준은 앞으로 제 학업과 활동에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한 김씨는 토익과 같은 영어성적이 학과 별로 배운 것을 종합한 졸업논문 혹은 졸업 작품과 같은 위상을 가진다는 게 납득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하고 영어 졸업 인증제도에 대해 고등교육기관이 고유로 가진 학과별 학문 수행능력에 대한 인증기능을 고작 기업체가 지원자를 선별하는 무수한 요소 중 하나와 동일시하는 꼴이다라고 실망감을 드러냈다.


오늘날 위 사례처럼 많은 대학에서 토익과 토플 등 공인영어 점수와 한자, 컴퓨터 등 자격증을 제출하는 것을 졸업 필수요건으로 채택해 해당 조건이 사실상 필요 없는 학생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본 글에서는 졸업인증제 중 가장 많이 채택된 어학졸업인증제(대학별로 명칭이 다양해 본문에서는 앞 문구로 통일, 주로 공인영어성적이 기준)를 중심으로 살펴보겠다.


아래 표는 공통 졸업요건으로 어학졸업인증제를 포함한 졸업인증제를 시행 중인 대표적인 대학 12개를 정리한 내용이다. 본 표에서는 필수과목 이수 및 최소학점은 제외했다.


 

대학명

내용

1

고려대

한자이해능력, 졸업논문, 공인영어 성적 제출이었으나 2011년 4월부터 한자이해능력 인증 여부를 단과대 자율로 맡김(사실상 폐지)

2

광운대

영어졸업인증제 및 졸업논문(졸업시험). 중국어과 및 일본어과는 각 어문계열 시험 점수로 인증. 2011학년도 신입생부터 제2외국어(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등) 졸업인증을 추가

3

동국대

외국어 기준을 충족과 졸업논문(시험포함).(어학성적제출 또는 졸업 Pass제 모의토익 시험 통과) 영어번역학 전공 : 토익 800점 이상

4

서울

시립대

2012년부터 영어 졸업인증제 전면 시행. 학과에 따라 논문 및 영어성적제출 또는 영어성적제출으로만 졸업. 토익 영문과 800, 사회계열 750, 인문 700, 자연공학계열 650점이지만 10학번부터 인문대학 영어 인증 강화(높은 성적 제출 혹은 다른 영어시험성적 제출)

5

서강대

영어졸업인증제. 일부 학과는 졸업시험(졸업논문), 영어졸업인증제 중 택1

6

성균관대

국제어학점 충족, 졸업논문 합격, 3(인성품:봉사활동, 국제품:외국어, 정보품:IT) 통과자에 학위수여

7

숙명여대

졸업인증제(영어인증, 정보인증, 졸업논문제). 토익은 영문과와 글로벌서비스 870, 인문·사회·자연 800, 예체능계 740

8

아주대

졸업종합시험(졸업논문 등) 및 어학졸업인증제(09학번 부터)

9

이화여대

전공별 시험(졸업논문, 실험실습보고, 실기발표 또는 졸업종합시험), 영어인증, 정보인증

10

인천대

졸업논문(실험실습, 실기발표) 또는 졸업시험, 영어인증, 정보화인증

11

카이스트

영어능력 졸업요건제 및 봉사활동 후 졸업 가능. 영어성적은 08학번 이후 토익 775, 봉사활동은 98~06학번 64시간이상, 07~10학번 32~48시간미만, 11학번 이상은 없음. 두 가지 충족 시 졸업논문이나 시험, 졸업 작품 없이 졸업가능

12

한양대

졸업논문심사(또는 졸업시험) 및 영어능력시험 졸업인증제





























                   공통 졸업요건으로 어학졸업인증제를 시행중인 대학들(2012108일 기준)

 

이 외에도 어학인증을 전체 학과가 아니라 특정 학과에서 개별적으로 시행하는 곳도 많아 상당한 곳에서 시행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대학들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이 제도를 도입한 것일까.


한국 대학은 으레 입학은 정말 어렵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 나라에 비해 졸업이 너무 쉽다는 말이 돌고는 했다. 하지만 졸업이 쉽다는 문제의식을 해결한다는 명목으로 공통 졸업요건에 외부 어학시험에 의존하는 길을 선택했다. 2000년대 초부터 이화여대를 포함한 40여개 대학은 공인영어성적을 기초로 한 어학졸업인증제를 도입했다. 시행 초기 점수 하한선이 지나치게 높아 대외 홍보용이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꿋꿋이 시행되어 왔다. 04년 당시 이화여대는 900(희망자에 한함), 숙명여대의 정외과, 행정학과 등은 880점 이상이었다.


지난 2009년 신입생부터 어학졸업인증제를 도입한 아주대학교는 영어능력에 대한 조기경보를 통한 재학생의 영어능력 향상과 사회에서 요구하는 영어교육을 통한 취업률 향상을 목적으로 시행한다는 취지를 밝혔다. 더 나아가 광운대는 기존의 영어졸업인증제로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작년 6월 11학번부터 일본어와 중국어 등을 인증하는 제2외국어 졸업인증제 도입을 확정했다. 이에 대해 교육지원과 박주영 과장은 "글로벌 시대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제도의 도입은 불가피했다"라고 강조했다.(1) 다른 대학들도 대체로 이러한 이유를 들어 어학졸업인증제를 도입 혹은 강화하였다. 예체능은 보통 제외되고는 했지만 어학졸업인증제가 시행중인 모 대학 체육학과에서는 체육인들의 국제화와 해외지도자 양성을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왜 미술 전공인 내가 졸업할 때 토익을 봐야하지?

영어성적이 필요한 이들에게 취업을 앞두고 영어성적을 취득해 제출하는 것이 많은 시간을 필요로하는 졸업논문보다는 나을 수 있다. 하지만 영어 성적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 것처럼 그 자체가 당장이든 아니든 필요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


먼저 취업이나 대학원 진학 시 공인영어 성적이 필요없는 졸업예정자들에게 피해가 예상된다. 앞서 대학원 진학 예정자였던 김씨 또한 그러했다. 직장에 이미 취직한 학생, 시민단체 취직, 대학원 입학 등 여러 갈래에서 현재 대학에서 졸업요건으로 요구하는 영어 성적을 필요하지 않은 학생들이 더러 있다. 심지어 ROTC의 경우는 설사 본인이 필요하다 하더라도 대학 졸업 후 2년여 의무복무기간 중 공인어학점수가 만료가 되고 만다. 예체능계에서도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한 트위터러(@sabakuyume)는 어학졸업인증제에 대해 왜 미술 전공인 내가 토익 750점이 넘지 않으면 졸업을 못하는 걸까? 왜 미술 전공인 내게 공무원시험을 권하는 어른이 이렇게도 많은 걸까? 왜 미술 전공인 내게 그림 그리라는 얘기를 하는 어른은 단 한명도 없는 걸까?”라고 했다.


이 같은 학생들은 졸업을 위해 불가피하게 어학 학원을 수강하고 교재와 수험료를 지불해야 한다. 그럼에도 많은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어학 향상과 학생들 스스로가 오히려 필요로 한다는 명목을 내세워 어학졸업인증제를 시행해왔다.



1차 서류에서 영어성적 보는 기업 30%밖에...

많은 회사는 1차 서류전형에서 영어성적 기입을 요구해왔다. 영어성적이 해당 직종과 관계가 없음에도 불구, 채용시간과 비용을 줄이기 위한 도구 중 하나로 사용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일자리도 턱없이 부족한데 구직자는 넘쳐나니 영어가 필요 없는 업무조차 영어자격을 요구하는 스펙인플레 현상이 나타나고, 민간 영어자격증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토익수험료는 99년부터 2011년까지 누적된 소비자 물가 상승률 46.7%에 비해 14.8%높은 61.5%를 기록한 것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최근 기업이 토익 응시료를 부담하라면서 무상토익운동을 벌이는 취업준비생도 있었다.(2)


YBM이 홈페이지에서 어학졸업인증제에 대해 “(대학의 영어인증 졸업) 기준 점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데에 대해서는 취업 시 기업에서 요구하는 TOEIC 점수가 높아지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는 학생들로 하여금 환상을 심어주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 소장 신익태씨는 <대학내일> 626호 '신대장의 대학생활개론'에서 "삼성그룹은 별도 어학시험인 OPIC등급을 요구하지요. 그러니 토익 점수는 필요 없습니다. (중략) 기업은 새로운 방법으로 인재를 뽑는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무전형 선발입니다."라고 하면서 점수나 학벌보다는 연합동아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오늘날 서류전형에서 어학점수 제한을 두고 있는 기업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어학점수 제출의 폐해를 깨달아 영어성적 기입을 자유에 맡기는 곳도 더러 생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94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주요 기업 454개사에 대해 '2012년 하반기 대졸 신입 공채 프로세스 현황'을 조사한 결과, 2012년 하반기 신입 공채 입사지원 시 토익이나 토플 등 어학점수 제한을 두고 있다는 기업은 32.4%10개사 중 3개사 정도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공채 시즌(38.1%)보다 5.7%포인트 감소한 수준이다. 어학점수 제한은 외국계기업(70개사) 22.9%로 가장 낮았고, 다음으로 국내 대기업(332개사) 31.6%였으며 공기업(52개사)의 경우는 50%였다. 기업들은 서류전형에서 영어성적을 보기 보다는 서류 이후의 영어 면접을 보다 강화하는 추세였다.(3)


개별적으로 살펴보면 시사주간지 <시사IN>의 경우 인턴 및 수습기자 지원 시 이력서 양식이 자율로 맡겨져 있기 때문에 영어성적을 기입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어학능력이 자신의 장점이라면 기입하면 좋지만, 굳이 없거나 성적이 낮으면 기입하지 않아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학잡지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내일신문의 <대학내일>의 사례는 눈여겨볼만 하다. 이곳은 신입 지원 시 2010년까지는 어학성적을 제출하지 않으면 탈락시켰으나 2011년부터 외국어 성적 의무 제출을 폐지하고 선택 기입하도록 했다. 2011년 대학내일 신입공채에 관해 관계자는 많은 학생들이 그 좋은 긴긴 방학을 토익공부 하는데 시간 할애 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그 점수가 결코 자신의 실제 외국어 점수가 아니라는 것도 저는 잘 압니다.”라면서 어학점수가 낮더라도 자신의 강점에 대해 어필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단지 그 어학 때문에, 다른 능력이 출중한 사람을 못 만난다면 그만큼 안타까운 일도 없겠지요.”라고 취지를 밝혔다.(4)



※ <대학내일> 관계자의 글 


이처럼 신입직 채용 시 영어성적 기입이 줄어들고, 부작용을 고려해 이력서 영어성적 기입을 선택으로 바꾸는 곳이 있음에도 불구 대학들은 오히려 어학졸업인증제를 강화해 역행하고 있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학이 학원의 배를 채워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립대는...

서울시립대에는 졸업자격인증을 심의하기 위해 졸업자격인증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위원회는 위원장으로 교무처장이, 위원으로는 국제교육원장, 교양교직부장, 교무부처장 및 각 대학 교학과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졸업자격인증제에 관한 기본방향면제대상, 인증기준, 대체과목 지정에 관한 사항’, ‘그 밖에 졸업자격인증제와 관련하여 필요한 사항을 심의한다. 본교 졸업자격인증위원회는 따로 학생들과의 간담회, 토론회 등의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공인영어성적 제출을 골자로 한 졸업인증제를 2011년부터는 10학번 인문대학 학생들에게 영어졸업인증 기준을 높이고, 2012년부터는 전면 실시하는 등 강화해왔다


이에 대학문화 교지편집위원회는 올해 3월에 열렸던 1학기 학생총회에서 졸업 시 공인영어시험 의무화를 폐지하고 선택의 자유를 보장하라는 내용으로 의결안건을 발의했다. 200여명 이상이 참여한 투표현장에서 70% 이상이 이 안건을 지지하였으나 총회 성사정족수가 부족해 부결됐다. 한편 1학기 2차 대의원회의에서 같은 내용으로 의결안건을 올렸으나 총회 때와는 달리 근소한 차이로 부결됐다. (현장: 찬성21/반대15/무효1, 서면동의안: 찬성14/반대22/무효1, 총 찬성 35와 반대 37로 부결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대의원보다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서면동의안으로 먼저 투표한 대의원이 많아 자세한 개요를 듣지 못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9월 들어 무한동력 총학생회에서는 2학기 정책과제로 영어인증졸업제 폐지 및 학생 선택권 부여를 채택했다. 구체적으로는 현 시행중인 어학시험성적 필수제출을 졸업논문 혹은 3대 고시와 8대 전문직 합격 중 한 가지로 선택할 수 있게 제도 변경을 학교측과 협의중이다. 앞서 살펴본 영어성적이 특별히 필요하지 않은 ROTC, 시민단체지망, 전문직 합격 학생 등에 대한 피해를 줄이고, 졸업을 앞둔 학생들의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 무한동력 총학생회에서 학교측으로부터 받은 공문내용 일부.

 

지금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다른 대학들의 상황은 어떨까. 학생들의 반발로 졸업요건 정책이 바뀐 몇몇 대학을 살펴보았다.


먼저 고려대의 경우 공인영어성적과 한자2급 자격증이 졸업 요건이었으나 한자능력인증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이 이어져 2011년 4월부터 한자이해능력 인증 여부를 단과대에 맡겼고, 현재까지 많은 단과대에서 폐지했다. 한편 숙명여대의 경우 MATE라는 자체 영어시험(말하기 및 쓰기) 기준등급을 통과하고 정보인증(MOS) 등 지정된 정보자격증을 취득해야 했다. 하지만, MATE를 기준으로 채택하는 기업이 없고 졸업이 까다로워 학생들이 반발하자 MATE를 토익과 토플 성적을 대체 가능으로 변경했다.


경희대는 현재 상당수의 학과에서 어학졸업인증제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인증제를 채택하려고 했던 언론정보학과는 해당 과학생회로부터 인증제 강요가 아니라 논문과 어학성적 제출 중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요구에 부딪혔다. 경희대 언론정보학과 조성윤씨(23, 가명)에 따르면 학과장은 취업 시에 영어성적이 필요하다는 학생들의 요구가 있어 영어성적을 졸업 요건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과 내에서 작게는 개인의 선택권, 크게는 대학 교육의 본질을 무시하고 기만하는 처사라 항의했고 지금은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주는 결국 학과별 결과물

지금까지 어학졸업인증제에 대해 살펴보았다. 앞서 김씨가 고등교육기관이 고유로 가진 학과별 학문 수행능력에 대한 인증기능을 고작 기업체가 지원자를 선별하는 무수한 요소 중 하나와 동일시하는 꼴이다라고 지적한 것처럼 대학이 퇴행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임은희 한국대학교육연구소 연구위원은 어학 점수나 컴퓨터 관련 자격증 등은 필요한 학생들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부분인데 학교가 무리하게 적용 범위를 확대해 관련 없는 학생도 부담이 커졌다획일적인 기준으로 어떤 교육적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5)


현재 자체적으로 국가공인 시험인 TEPS를 보유한 서울대학교는 졸업논문(종합시험 또는 실기발표, 실험실습보고 포함)에 합격한 학생에게 학위를 수여하고 있다. 물론 일부 학과에서는 영어성적을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나 전면 시행은 하지 않고 있다. 서울여대도 비슷하다. 서울여대 관계자에 따르면, “보통 최소학점과 교양필수 강의를 이수하면 졸업자격이 주어진다. 학과별로 많이 다르다.”라고 했다. 외국의 어떤 대학은 영문학과 졸업 시 교수와 학생들이 팀으로 공동번역을 해서 자기이름이 나온 번역서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


4년 이상을 비싼 돈 주고 대학에서 공부하고 졸업을 앞둔 학생들에게 외부 공인영어성적을 제출하고 졸업하라는 것은 대학 스스로가 학문적 결과물을 내놓고 재생산하는 역할을 포기하고 기업의 하수가 되기로 선택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물론 대학졸업생 취업률에 높은 점수를 매겨 대학평가순위를 나열하는 것이 이를 매질하는 주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어학졸업인증제가 확대, 강화되는 데도 이를 방치한 교수들에게도 책임이 없지 않다.


대학이 설립 이후 졸업종합시험(졸업논문, 영어논문, 졸업작품공동번역 등)으로 학생들에게 학위를 수여해온 것은 이 요건이 대학의 본질에 가장 가깝기 때문이었다. 대학은 취업률 등의 다른 목적으로 그 자리를 외부 어학점수으로 채우려고 했던 시도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학과별 학문능력을 토대로 학생들 스스로에게도 도움이 될 만한 졸업요건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현재 많은 대학에 도입된 어학졸업인증 시스템은 대학의 본질을 찾아가는 첫 걸음으로 졸업논문 등 다른 졸업요건 중 선택할 수 있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그 이후에야 비로소 졸업종합시험(졸업논문, 영어논문, 졸업작품공동번역 등)이 제자리로 돌아오게 할 수 있고, 외부 영어성적을 제출하는 어학졸업인증제와도 이별할 수 있을 것이다. 





각주

(1) 이화정, ‘제2외국어 졸업인증제도 논란’ 출구는 어디에?, <광운대신문>, 2011/08/31 18:24:18

http://www.mediakw.org/news/articleView.html?idxno=28(접속시간:2012/10/15 15:00)


(2) 권영은, 청년유니온 "대졸 취업 스펙 쌓는데 평균 4269만원", <한국일보>, 2012/05/29 21:08:41,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205/h2012052921084121950.htm (접속시간: 2012/10/08 14:50)


(3) 조용철, 올 하반기 대기업 입사 토익 커트라인은, <파이낸셜뉴스>, 2012/09/04 08:52 http://www.fnnews.com/view?ra=Sent0601m_View&corp=fnnews&arcid=201209040100022980001147&cDateYear=2012&cDateMonth=09&cDateDay=04 (접속시간: 2012/10/08 14:52)


(4) 쥐방울외계인, 대학내일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 마케팅팅 신입 공채, 2011/10/17 10:42

http://pinktea.blog.me/30121062032 (접속시간: 2012/10/08 15:00)


(5) 김현수·권영은, "졸업이 코앞인데…" 졸업생들 발목잡는 졸업인증 필수요건, <한국일보>, 2011/11/07 02:34:19 http://news.hankooki.com/lpage/society/201111/h2011110702341921950.htm (접속시간: 2012/10/0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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