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시선

정호승 시인의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한 마디" 강연회 후기 본문

사회를 보다/포토

정호승 시인의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한 마디" 강연회 후기

:차차 2012. 10. 31. 17:59
반응형

어제 짬을 내서 정호승 시인의 "내 인생에 힘이 되어주는 한 마디" 강연회에 들렸다. 제목처럼, 2006년에 출간된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룰 것으로 생각했다. 제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워낙 시나 글로는 어느 정도 접해보았으니 어느 정도 기대는 하고 있었다.



그가 사회로 나가기 전 아는 지인으로부터 10년 후 되고 싶은 직업을 생각해보라는 말을 들었는데, 정말 10년 후 되고 싶었던 직업 세 개를 모두 체험했다고 말한다. 교사, 기자, 시인이었는데, 그는 짧게 교사생활을 했고, 10여년 <월간조선>에서 몸을 담았다. 그리고 시인이 되었다. 


강연이 시작되자 그는 피피티를 넘겼고, 피피티에 명언이라고는 하기 애매한 한 마디 한 마디들이 적혀 있었다. 그는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슬슬 뭔가 불길한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 예감은 곧 현실이 되었다. 


강연회는 주로 피피티에 한 마디 한 마디가 써있고, 각 문구 별로 경험담이나 에피소드나 생각을 얘기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결과적으로는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었다. 청중을 웃게하는 이야기 몇 개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거였다는 건 그렇다 쳐도 한 마디 한 마디가 전혀 와닿는 게 없었기 때문이다. '진주조개가 진주가 없으면 진주조개가 아니다.' '새우잠을 자더라도 고래꿈을 꿔라' 이런 한 마디와 그에 대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어쩌면 비현실적일 수 있는 일반 담론들이 주를 이루었다. 사실상 이 강연회에서 뭔가 전혀 얻어가는 것도 없고, 새롭고 참신하고 시적인 것들은 전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애초에 노트를 들어 뭐 적어볼 것 없나 했지만, 개요를 적고난 다음 딱히 메모할 내용이 없었다. 중간중간 잠깐 졸기까지 했으니. 시인에게는 죄송하지만, 딴 짓을 부르는 강의였다. 친구 말처럼 문학 저명인사의 글과 강의는 비례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뭐 누구나 해당할 수 있다지만) 여실히 깨달았다. 오늘 추첨을 통해 친필사인이 적힌 시집을 받아간 사람은 강의로 힘들어진 마음을 시로 위로받았을 텐데. 나는... 



강의가 끝나고, 강연회 얘기를 하다가 고3 당시 정호승 시인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생각 외로 많았다. 나도 고3때 좋아하는 시가 마음을 울릴 때, 그를 직접 보게 됐다면 좀 달랐을까? 강의를 떠나서(...)


떠올려보면, 내가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차분한 그의 필체가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


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이 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나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한 아름다움인가

시인 정호승 ,  '내가 사랑하는 사람'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