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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무엇을 전한다는 것은, 무엇을 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다. (정말로 심각하지만) 구구절절 대선개입 문제를 떠들고 싶지는 않다. 우리는 흔히 한국을 민주주의국가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학교에서 문자적으로 그렇게 배웠다. 하지만 민주시민을 양성해야하는 학교는 민주주의를 제대로 교육하지 않는다. 입시 시스템 아래에서 공부해서 좋은 대학가서 좋은 직장 들어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교육의 현실적 목적이 된 지 오래다. 군대가 없는 나라 코스타리카는 선거권이 없는 17세 이하의 아이들이 진짜와 같은 투표용지를 사용해 대통령 후보에 대해 모의 투표를 한다. 모의선거 결과는 차기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현재 정책 과제에 대한 미성년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도 전달된다. (아다치 리키아, ) 북유럽의 한 학교를 방문했던 교사는 방문 이튿날 이렇게 말했..
베트남 군용트럭에 깔려 하체가 잘려나가고 몸이 반쪽난 사람의 영상이 9월15일자 '영안실' 계정에 올라왔다. 약 4분간 영상이었는데 누워서 두 팔을 움직이며 아래쪽을 더듬더듬 만지던 그 사람의 모습이 참 힘겨워보였다. 하체는 아예 눌린 채 옆으로 뜯겨 나갔다. 시간이 갈수록 피는 진해졌다. 도로에는 사고차량으로 보이는 거대한 트럭이 서 있었고 한 두사람이 이곳을 지나치지 않도록 차량을 통제하고 있었다. 내가 징그러울 수 있는 그 영상을 끝까지 본 이유는, 4분이라는 '길 수도 있는' 그 시간에 구조가 되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영상의 끝에도 이 사람이 구조가 되었는지 알 수 없없다. 그 사람은 여전히 쓰러져있었고, 주변을 서성이는 많은 사람만이 보였다. 혹시 댓글에서는 뭐라도 단서가 ..
서울시립대신문 제652호(2013.9.16)에 기고한 글 "대학평가에 보다 능동적으로 대응했으면" 여러 대학들이 외국어 강의가 해당 과목에 적합한지 확실하지 않음에도 ‘국제화지수’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외국어 강의를 도입한다. 우리 대학도 이를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외국어 강의는 강의의 질 자체를 하향시킬 우려가 있다. 한편 졸업요건에도 아쉬운 측면이 있다. 10학번부터 외국어 성적 제출 기준이 강화되었고, 작년 2월부터는 졸업 시 외국어 성적 제출이 필수요건이 되었다. 이에 작년 3월 학생총회에서 대학문화 교지편집위원회가 ‘졸업자격 요건 선택화’에 대한 안건을 제시했고, 여론이 형성되면서 총학생회의 2학기 주요 정책과제가 되었다. 당시 총학은 영어성적 제출을 졸업논문, 3대 고시와..
그녀는 자신이 학생들이 알아야 하고 알고 싶어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다음 세 가지에 더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첫째, 학생들에게 내가 얼마나 똑똑한 교사인지를 보여 주는 것. 둘째, 학생들에게 내가 얼마나 지식이 많은지를 보여주는 것. 셋째, 학생들에게 내가 얼마나 수업 준비를 충실히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나는 이처럼 교실에서 세 가지의 연기를 해 왔는데, 그 진정한 목적은 학생들의 공부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나를 훌륭하게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었다." 이어 그녀는 질문을 던진다."어떻게 하다가 우리 학자들은 그만 연기자가 되어버린 것일까?""사기, 우둔, 무지, 어색함, 바보, 비겁자 등 당신의 본질이 노출되는 것을 두려워하는 마음, 그것이 이런 연기를 강요하는 것이다..
인종차별 버스 앞자리에서 백인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은 로사 파크스 "사람들은 내가 피곤했기 때문에 자리를 양보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 나는 피곤하지 않았어요. 무론 퇴근길이었으니까 퇴근 후의 가벼운 피곤함은 있었지요. 어떤 사람들은 당시의 나를 늙은 여자라고 생각하는 듯한데, 나는 그리 늙지도 않았어요. 당시 마흔둘이었어요. 내가 피곤함을 느꼈다면, 그건 자리를 자꾸 양보해야 하는 것 때문이었을 거예요." (...) 그녀는 피곤했다. 그녀의 가슴과 영혼으로 느껴지는 인종차별주의가 피곤했고, 인종차별주의의 모욕적 처우에 공모하는 자기 자신이 피곤했고, 백인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자기 자신이 피곤했고, 자신의 협조가 가져온 자기모욕적 고통이 피곤했다. (...) 경찰..
[조선] "에어컨 알아서 끄는 경로당, 펑펑 트는 대학교"서울 시내 경로당·대학교 가보니… 온도差 10도 이상http://media.daum.net/society/others/newsview?newsid=20130815031006856 에어컨 없이 지낼 수 없다는, 25도가 넘어가면 항의가 들어온다는 이야기만 가득 담아서 학생 이기주의가 드러나고 있다. 일단 내가 아는 몇몇 대학 도서관에서 에어컨을 대체하는 시설(선풍기 등)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에너컨 대안 시설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 주변에서는 최소한 교육의 장은 시원해야 하지 않겠느냐에 대한 의견이 많았는데, 이런 의견이라면 대안적 이야기를 충분히 논할 수 있는 거리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는 세대 분열에 열을 올린..
"(7호선) 객실 내 CCTV가 설치되었습니다." 학교, 아파트, 지하철, 이젠 CCTV 없는 곳 찾기가 어렵다. 어느 날 학교 근처 어느 중국집에 식사하러 들어섰을 때, 나는 TV에 예전처럼 프로그램이 아니라 한 골목이 촬영되고 있다는 걸 포착했다. 그 길은 골목길이 나눠지는 작은 삼거리, 중국집의 오토바이 주차 장소이자 학생들이 자주 이용할 수밖에 없는 길이었다. 예전에 그쪽에서 접촉사고가 난 적이 있었는데 그 때문일까. 그들의 시도로, 나를 포함한 많은 이들의 모습이 다른 이들에게 끊임없이 노출되고 있었다. 그후 나는 그곳을 의식하고 애써 피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다시 무뎌졌다. 나를 지켜보는, 내가 알지못하는 눈들이 많아진다는 게 '일상'이 된다는 건 끔찍했음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