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시선

[리뷰] 어느 고등학교 교장 "넌 하위권이니까 상관없지만... 걔는..."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2> 본문

문화를 보다/책

[리뷰] 어느 고등학교 교장 "넌 하위권이니까 상관없지만... 걔는..." -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2>

:차차 2012. 9. 8. 00:59
반응형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저자
장정일 지음
출판사
마티 | 2011-08-05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읽은 책이 세상이며, 읽기의 방식이 삶의 방식이다!1994년부터...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리뷰] 어느 고등학교 교장 "넌 하위권이니까 상관없지만... 걔는..."

장정일의 독서일기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 2>



# 장군의 자녀들에겐 최소한 장군이 될 기회가 주어지는 구조


"한 사회의 구성원이 모두 장군이거나 병졸일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의 학교 교육 패턴으로는 병졸의 자녀들은 병졸이 될 확률이 더 높고 장군의 자녀들에겐 최소한 장군이 될 기회가 주어질 것이다." (p 277)

- <야만적 불평등>, 조너선 코졸, 문예출판사, 2010


  이 부분을 읽다 보니, 떠오르는 실제 이야기가 있다. 어떤 사립 고등학교에서 성적 하위권 5% 학생과 성적 상위권 0.3%인 학생이 시험 시간에 치팅(컨닝)을 하다가 걸렸는데, 처음에는 둘 다 감점 처리 했었다. 그 뒤 상위권 학생의 부모(명예 있는 고위직)의 지원으로 학교에 '꽃' 나무가 깔리게 되었고, 상위권 학생의 성적이 정정되었다. 그리고는 학교 교장이 같이 감점을 당했던 하위권 학생을 불러다가 "넌 하위권이니까 상관없지만... 걔는..."이라고 말하면서 상위권 학생의 일(컨닝을 했으나, 이번에 감점되면 성적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부모의 적극적 로비를 통해 성적이 정정된 사실)을 함구하라고 협박아닌 협박같은 것을 했다고 한다.






# 대학 주식회사의 등장


  이미 여러 대학은 몇몇 사람들의 돈놀이 수단으로 이용되어왔다. 돈 벌려면 대학 만들면 된다는 소리까지 공공연히 나오기도 했었을 정도로. 대학들이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적립금을 쌓고 사업을 벌인 일들이 한 두곳도 아니고 한 두개도 아니라 황당하지도 않고, 쌓여만 가는 것은 학생들의 분노이다. 학교 계획에도 기숙사를 추가한다거나 학생 공간을 늘리는 것보다는 건물을 높이고, 프랜차이즈 입점을 늘리는 데 급급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 국가 보조금을 많이 받고 있는 대학임에도 불구하고 등록금을 말도 안 되게 높이거나, 낮추더라도 생색내기 인하만 할 뿐이다. 심지어 저소득층 등록금 감액 법규를 위반한 대학들도 상당수다. ([표]저소득층 등록금 감액 법규 위반 대학)


  그리고는 요즘 들어서 학생들의 졸업 요건에 토익/토플 등 영어성적은 물론이고 이것 저것 추가해서 모든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부담이되는 졸업 요건을 제시하고 있다. 대학원 진학이나 영어성적이 없이도 취업이 가능한 직종을 염두하고 있는 학생들에게는 불필요한 비용이 지불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때때로 기업이 대학을 이용하기도 하고, 대학은 이용당하고 있는, 주체적이기보다는 수동적인 대학의 입장이, 대학 내 분위기를 수동적으로 형성하고 있는지도. 얼마 전에 "등록금 차등제"로 인해 많은 논란이 있었던 카이스트가 떠올랐다.


  등록금 차등제 도입 이전에 카이스트 학생들은 학교에 기성회비만 납부했다. 그러나 등록금 차등제가 실시되면서 성적이 나쁜 학생들은 기성회비 외에도 추가적으로 징벌적 성격의 등록금을 더 내게 됐다. 그 결과 150만원가량의 기성회비 외에 평점 3.0 이하인 학생들은 0.01점이 낮아질 때마다 약 6만원의 추가 수업료를 지불해야 한다. 학점이 2.5일 경우에는 300만원, 2.0일 경우에는 600만원가량의 등록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한다. 카이스트는 상대평가로 성적을 내기 때문에 매학기 30% 이상의 학생이 3.0 이하의 학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3분의 1가량은 등록금 부담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회]미달학점 학비벌금 ‘참담한 영재교육’, <주간경향>, 2011.4.12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은 2007년 부터 학생들의 면학 분위기 조성을 위해 징벌적인 장학금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 2011년에 잇따라 4명의 학생이 자살하고, 올해 학생이  학내외 적으로 비판이 더욱 일자 결국  '학부생 등록금 성적차등 징수'는 폐지되었다. 카이스트 개교 이래 처음으로 수 십명의 교수들이 총장 퇴진 행진을 하기도 하였다. 이 문제가 비단 한 학교에서만 일어난 것은 아니다. 이미 대학에 들어오기 전부터 학생들을 상대로 오래도록 해왔다. 입시 줄세우기 경쟁은 여러 정부를 거치면서 보다 견고해져왔다. 이를 냅두고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외국에서 좋다고 하는 교육 정책을 이것저것 베껴와서 뿌려댔고, 수많은 학생들에게 다양한 조건들을 달아놓으며 사지에 몰았다. 대학입학률 최고, 자살률 최고라는 타이틀은 몇 년째 요지부동이다. 안타깝게도 한동안 우리는 교육제도로부터 야기되는 '좋지 않은 일'들을 계속해서 마주하고 말 것이다.


* 참고도서

1. <대학의 몰락>, 서보명, 동연, 2011

 - 대학이 기업과 밀착하게 된 이유를 서술.

 - '전국대학 순위평가' 도입 이유: 대학을 경쟁체제로 이끌고, 그간 좌파에게 온정적이었던 대학에 보복하려는 의도와 목적이 담겨 있다고 분석. 


2. <대학주식회사>, 제니퍼 위시번, 후마니타스, 2011

 - 산학협동을 허울로, 자신의 이익에 맞게 대학을 배타적으로 가져간 기업 행태를 지적.


3. <대학과 자본주의 국가>, 클라우드 W.바로우, 문화과학사, 2011


# 첨언


  언젠가 교육혁명에 관한 소설을 한 편 쓸 계획이었는데, 무라카미 류의 <엑소더스>는 내게 많은 영감을 던져주었다. 본격적인 집필을 하게 되면, 나머지 책들도 두루두루 읽어야 하겠고 직접 학교 현장도 돌아다녀야 하겠다. 소설이 세상에 나오게 되는 그 몇 년, 몇 십년이 될지 모르는 그 기간에 현 교육제도가 보다 본질에 가까워지고, 살아있게 되기를 바라지만, 아쉽게도 확신은 하지 못하겠다. 



# 독서일기 中 관심 책 목록

 - 굵게 표시한 부분은 9. 8 기준으로 읽은 책


0. <대학의 몰락>, 서보명, 동연, 2011

1. <인문고전 강의>, 강유원, 라티오, 2010

2. <69>, 무라카미 류, 작가정신 2004

3. <가난을 엄벌하다>, 시사IN북, 2010.

 - 로익 바캉의 <신자유주의의 나라>에서 범죄율이 높아지는 이유 서술

4. <야만적 불평등>, 조너선 코졸, 문예출판사, 2010

5. <엑소더스>, 무라카미 류, 웅진닷컴, 2001

 - 학생들의 등교거부와 새로운 도시화, 중학생 소년들의 혁명

 + 함께 읽을 책

  -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민음사, 1999 - 무인도 배경

  - <내일은 도시를 하나 세울까 해>, O.T.넬슨, 뜨인돌, 2007

  - <나무 공화국>, 샘 테일러, 김영사, 2006

6. <처음에는 비극으로 다음에는 희극으로>, 슬라보예 지젝, 창비, 2010

 - 가난한 이들을 위한 나라는 없다

7. <미디어 카르텔>, 이은용, 마티, 2010

8.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9. <거짓말을 파는 스페셜리스트>, 데이비드 프리드먼, 지식갤러리, 2011

10. <원전을 멈춰라> 히로세 다카시, 이음, 2011

 + 함께 읽을 책

  - <제 1권력>, 히로세 다카시, 프로메 하우스, 2010

11. <나의 값비싼 수업료>, 로라D, 매직하우스, 2008

 - 어느 대학생이 성매매에 뛰어들게 된 동기를 서술하고 있다.



댓글/문의는 언제나 환영!

본 글이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기를 바라신다면 아래(↓) 손가락 버튼을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