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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건축학개론, 이미 시간은 흘러가버린 걸. 본문

문화를 보다/영화

[리뷰]건축학개론, 이미 시간은 흘러가버린 걸.

:차차 2012. 4. 3.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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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학개론 (2012)

8.6
감독
이용주
출연
엄태웅, 한가인, 이제훈, 수지, 조정석
정보
로맨스/멜로, 드라마 | 한국 | 118 분 | 2012-03-22
글쓴이 평점  

이미 시간은 흘러가버린 걸. 

[스포일러 有]


  첫사랑에 대한 추억. 사연은 많지만 이뤄지기 어려운 사랑이 바로 첫사랑이다. 첫사랑을 간직하던 시절에는 누구든 제대로 표현을 하지 못하고 그 때 말했으면, 말했으면 하고 후회하곤 한다. 그 때 잘 되었으면 로맨스적이지 않았을까 하며. 하지만, 후회한들 무엇하리. 이미 시간은 흘러가버린 걸. 그런 때도 있었지 하고 추억할 뿐이다. 그런데 "건축학개론"에서는 그 첫사랑이 추억으로 끝나지 않는다. 첫사랑의 그, 혹은 그녀가 나를 찾아온다면, 어떨까?



"나 몰라...세요?"

  서연(한가인)은 15년만에 승민(엄태웅)을 찾아간다. 그녀를 못알아봤던(?) 승민에게 서연은 당황한다. 과거와는 너무나도 달라진 그들. 승민은 이미 건축가가 되어있고, 서연은 가슴 아픈 사연을 간직한 채이다.



15년 전, 건축학개론 수업

  건축학개론 수업에 들어온 음대 학생인 서연을 보고 풋풋한 감정을 느끼는 건축과 학생 승민. 교수님의 말에 따라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으로부터 대학까지 길을 표시하는데, 승민과 서연은 같은 버스, 같은 동네, 같은 길을 공유한다. '정릉'이란 곳에서. 그는 두근거림과 함께 그녀가 먼저 그려놓은 길을 그대로 그린다. 교수님의 과제중에 우연히 만난 둘은 자연스레 친해진다.


  둘은 점점 서로에게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다. 하지만 언제나 방해하는 사람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승민이 서연으로부터 승민의 선배에게 관심이 있어서 건축학개론 수업을 듣고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서연이 선배의 집 근처로 이사를 갔을 때, 선배가 서연에게 자신의 집에 놀러오라는 확답을 받는 것을 보았을 때 그의 불안함을 절정을 향해 가고 있었다.


첫사랑의 약속은 언제나처럼, 이뤄지지 못한다.

  종강 날, 마지막 강의마저 참석하지 않고 고백을 준비중이던 승민. 그런 그에게 마음이 있던 서연은 승민을 애타게 찾지만 선배의 '술' 작전에 의해, 둘이 사랑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곧 이별이 된다. 서연이 선배와 잤다는 사실에 너무나 고통스러운 나머지 승민은 서연에 대한 마음을 끊는다. 첫 눈이 내리는 날, 그 집에서 보자고 했던 약속에 서연은 가서 기다리지만, 승민은 오지 않는다.


그리고 15년 뒤, 그녀가 찾아온 것이다.


현실, 또 현실

  영화를 보기 전에도 짐작은 하겠지만, 이 영화는 액자식 구성으로 15년 전 이야기와 15년 후 이야기가 차례차례 등장한다. 15년전과 15년 후인 현재, 그들에게 다른 것은 지금 겪고 있는 현실. 승민은 이미 결혼할 사람이 있고, 서연은 결혼을 했지만 이혼을 한 상태이다. 서연에게는 아픈 아버지가 있고, 승민에게는 결혼할 사람과 집, 그리고 늙으신 어머니가 있다. 


  기억을 채워나가며, 제주도에서의 집을 지어나가며 종국에 집의 완성과 함께 첫사랑의 감정이 되살아난다. 하지만 그들은 마지막 키스를 끝으로, 절절했던 사랑을 뒤로한 채, 제 갈길을 간다. 승민은 건축가이자 다른 이의 남편으로, 서연은 아픈 아버지를 돌보며 피아노 레슨 선생님으로.


  영화를 다 보고나니, 두 가지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하나는, 승민이 15년전에 자신이 주려고 했던 집 모형과 서연이 집을 그린 쪽지를 발견했을 때, 서연으로부터 네가 첫사랑이었다는 말을 듣고, 키스를 하는 장면이다. 키스를 하자마자 급하게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서 서로 과거의 첫사랑을 확인하는 감정선의 몰입이 어려웠달까. 감정이 묘하게 일그러져버렸다. 키스가 조금만 더 길었던가 혹은 페이드 아웃이 찬찬히 일어났으면, 이를 통해 눈을 감은 한가인에게서 어떻게 말할 수 없는 그 눈물이 잘 드러났다면. 더 감정이 깊이있게 울렁거렸을지도.



  또 다른 하나는 승민이 미국을 가기 전 어머니집에 마지막으로 들렸을 때의 장면이다. 미국가지 말까하는 그의 말에 어머니가 괜찮다며, 통장을 주시고 보태쓰라고 하고, 냉장고는 15년 전처럼 정리가 안되어 있고, 15년 전 선배와 서연으로부터 철자가 다르다고 웃음거리가 되어 승민이 안입겠다고 한 'GEUSS' 티를 이곳저곳 구멍이 뚫리도록 입고계신 것을 카메라가 잡아줄 때였다. 먹먹한 것이. 외로워 보이는 어머니의 모습에 더하여졌다.


  이번엔 크레딧을 끝까지 못봐서 아쉬웠지만, 감성은 충분히 촉촉해졌달까. 대학생 새내기 시절의 순수한 사랑이 느껴져서 좋았다. 물론.... 후유증은 있다.


  로맨틱한 사랑이 하고 싶다 ㅠ...


ps. 첫사랑의 감정으로 시간을 되돌리기엔, 현실의 벽은 너무 컸다. 만약 두 사람의 사랑이 이뤄지는 결말이었다면, 이 영화는 영화가 아니라 삼류 드라마가 되어버렸을 것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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