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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문] 사막의 꽃 - 와리스 디리 본문

문화를 보다/책

[발제문] 사막의 꽃 - 와리스 디리

:차차 2012. 6. 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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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꽃 - 와리스 디리>



사막의 꽃

저자
와리스 디리 지음
출판사
섬앤섬 | 2010-08-1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2004년 ‘올해의 여성’ 사회(인권)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슈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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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할례

소말리아에서는 여자의 다리 사이에 나쁜 것들이 있다고 믿는다. 그 믿음에 따르면 여자의 성기는 태어날 때부터 있지만 청결하지 않다. 그래서 제거해야 한다. 음핵과 소음순, 대부분의 대음순이 잘려나간다. 남은 부분은 꿰메어 봉한다. 그러면 여성의 성기가 있던 부분에는 흉터만 남게 된다. 그러나 할례 의식의 자세한 부분은 비밀로 남아 있다. 의식을 받게 되는 소녀들도 모른다. 단지 때가 되면 어떤 특별한 일이 일어난다고만 알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소말리아 소녀들은 어린 아이에서 여성으로의 변화를 의미하는 할례의식을 손꼽아 기다린다. 원래 할례는 사춘기 떼 이루어졌다. 여자가 아기를 가질 수 있게 되면 행해지는 이유 있는 의식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린 나이의 소녀들이 할례를 받기 시작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소녀들에게 있었다. 서구의 아이들이 생일 파티, 또는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는 산타 할아버지를 기다리듯, 아프리카의 소녀들도 ‘특별한 순간’을 간절히 기다리기 때문이다. p74

 

죽음의 여인

(...) 성기가 그대로이면 결혼을 할 수 없다. 음탕한 매춘부로 여겨져 누구도 아내로 맞고 싶어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집시 여인이라고 부르는 여자는 공동체의 중요한 일꾼이지만 나는 그 여자를 죽음의 여인이라고 부른다. 그 여자의 손에 많은 어린 소녀들이 죽었기 때문이다. p75


그러나 들쭉날쭉한 면도날에는 피가 말라붙어있는 것이 보였다. 여인은 면도날에 침을 뱉더니 옷에 닦았다. (...) 그리고 곧 내 살이, 내 성기가 잘려나가는 것을 느꼈다. 무딘 칼날에 쓱싹쓱싹 살이 잘려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 그 느낌을 말로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군가가 허벅지의 살이나 팔을 자르는 듯한 느낌과 비슷하다. 잘려나가는 부분이 온 몸을 통틀어 가장 민감한 부분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기절) 정신을 차렸을 때는 다 끝날 줄 알았지만 가장 끔찍한 부분이 남아있었다. 안대가 벗겨지자 죽음의 여인 옆에 쌓인 아카시아 나무의 가시들이 보였다. 가시로 살에 구멍을 여러 개 뚫은 다음 그 구멍을 희고 질긴 실로 엮어 꿰맸다. 다리에는 느낌이 없었다. 다리 사이의 고통은 죽고 싶을 정도로 심했다. (기절) 내 기억은 그 순간까지다. (...) 내 다리는 움직이지 않도록 발목에서 골반까지 천으로 꽁꽁 묶여 있었다. (...) 마치 바위 위에서 가축을 도살한 것처럼 피가 흥건히 고여 있었다. 잘려나간 내 살, 내 성기가 바위 위에서 가만히 햇빛을 받으며 말라가고 있었다.


집시 여인은 오줌과 월경이 빠져나올 구멍을 겨우 성냥개비 들어갈 만큼만 남겨두고 꿰맨 것이다. 결혼하기 전까지 성행위를 막는 기막힌 착상이다. 그럼 남자는 신부가 처녀라는 것을 보장받을 수 있다. (...) 죽음의 여인이 나를 갈기갈기 찢어놓았을 때도 울지 않았지만 너무 따가워서 더는 견딜 수 없었다.

 

할례로 인한 상처

그러나 나는 아무한테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섹스 또한 나의 관심밖이었지만, 불행히도 남자들에게 끔찍한 일을 당하고 나서야, 남자들에게 섹스는 관심 밖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늘 궁금한 점이지만, 할례를 받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을지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다. 나는 남자들을 좋아하고 감정이 풍부하며 사랑이 많은 사람이다. 당시는 내가 아버지로부터 도망친 지 6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외로움은 견디기가 힘들었다. 나는 가족이 보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 결혼을 하고 아기를 낳아 나만의 가족을 갖길 원했다. 그러나 꿰매어진 상태의 나는 남녀관계라는 걸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나는 마음의 문을 닫았다. 할례의 상처가 나로 하여금 그 어떤 남자도 받아들일 수 없게 만드는 듯했다. 육체적으로, 그리고 정신적으로. p227


아프리카 사막에는 생리통이 너무 심해 똑바로 서지도 못하면서도 염소에게 물을 먹이기 위해 걷고 또 걸어야 하는 소녀가 있다. 그리고 아기를 낳자마자 천 조각처럼 바늘과 실로 봉해져야 하는 여자가 있다. 남편을 위해 질 입구를 단단히 조이고자 하는 것이다. 굶고 있는 열한 명의 자식들을 위하여 임신 9개월의 몸으로 먹을 걸 찾아 사막을 누비는 여자도 있다. 첫 아이의 출산을 앞두었지만 여전히 질 입구가 막혀 있는 여자는 어떻게 될 것인가? 우리 엄마처럼 홀로 사막으로 나가 아기를 낳으려고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불행히도, 나는 질문의 답변을 안다. 많은 여자들이 홀로 피를 흘리며 죽어간다. p335


고심 끝에 답을 찾았다. 내가 할례를 받았다고 이야기해야 하는 이유는 두 가지였다. 먼저, 할례의 경험은 아직도 나를 못 견디게 괴롭힌다. 여전히 나를 힘들게 하는 건강상의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나는 나에게 금지된 섹스의 즐거움을 영영 알지 못할 것이다. 나는 내가 몸이 온전치 못한 불구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무얼 해도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이 가장 절망적이다. p337

 

여성성기절제술에 대한 고찰

여성성기절제술(Female genital mutilation, FGM)은 아프리카 내 28개국에서 지금도 크게 행해지고 있다. 유엔은 어림잡아 1억 3천만여 명의 여성들이 FGM을 받았으리라고 추정한다. 적어도 2백만 명이 매년 피해자가 될 위험을 안고 있는데 하루로 환산해보면 6,000명이다. FGM은 대개 미개한 환경에서 산파나 마을의 나이 많은 여자에 의해서 마취 없이 행해진다. 여자들은 손에 닿는 것이면 무엇이든 수술에 사용하는데 그 중에는 면도날, 칼, 가위, 깨진 유리 조각, 날카로운 돌 등이 있다. 어떤 지역에서는 이빨을 사용하기도 한다. 지역과 문화적 관습에 따라 정도가 다르다. 가장 적은 손상을 입히는 방법은 음핵의 덮개를 절제하는 것인데 그러면 여자는 평생 섹스를 즐기지 못하게 된다. 그와 반대로 가장 심한 방법은 ‘봉쇄술infibulation’이라고 하는 것인데 소말리아 여성의 80퍼센트에게 행해진다. 내가 당한 것이기도 하다. 봉쇄술을 받은 직후에는 쇼크, 세균 감염, 요도나 항문의 손상, 흉터의 발생, 파상풍, 방광염, 패혈증, HIV감염, B형 감염 등의 증세나 합병증이 올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골반이나 비뇨기에 만성, 또는 회귀성 염증을 유발해 불임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음문 주변에 낭포나 종기가 생길 수 있고, 고통스러운 신경종이 올 수도 있다. 또한, 소변을 보기가 어려워지고, 생리가 복부에 고이기도 하며, 생리통, 불감증, 우울증의 원인이 된다. 급기야는 죽음을 부르기도 한다. p342-3


종종 미국 내 아프리카 교민 사회에서는, 돈을 모아 집시 여인과 같은 시술자를 멀리 아프리카에서 데리고 오기도 한다. 그러면 그 사람이 소녀들을 한꺼번에 시술한다. 그게 어려울 때는 식구들이 손수 일을 처리한다. 뉴욕시의 한 남자는 이웃들이 비명소리를 듣지 못하도록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스테이크를 자르는 칼로 딸의 성기를 잘랐다고 한다. p344


아프리카 국가의 사람들은 4천 년이 넘도록 여성의 성기를 절제해왔다. 많은 사람들은 이것이 코란의 가르침에 따른 것이라고 한다. 거의 모든 이슬람 국가에서 행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코란에도, 성경에도 알라 신을 위해서 여성의 성기를 자르라는 말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것은 여성을 성적으로 소유하고 싶어하는 무지하고 이기적인 남자들이 강요하고 장려한 것일 뿐이다. 남자들은 할례를 받은 아내를 원한다. 엄마들은 그 요구에 응하여 딸들에게 할례를 받게 한다. 그러지 않으면 영영 남편을 구하지 못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할례를 받지 않은 여자는 불결하고 방탕하여 아내로 적절하지 못하다고 여겨진다. 내가 자란 유목민 사회에서, 결혼 하지 못한 여자는 설 자리가 없다. 그래서 엄마의 임무는 딸에게 가능한 최고의 남편감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서양의 부모가 딸을 좋은 학교에 보내는 것을 자신들의 의무로 여기듯 말이다. p344-5

 

남성들에 대하여

부족 간의 전쟁은 남성들의 자존심과 이기주의, 공격성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에서 여성 할례와 다름없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다. 두 가지 다 남자들이 자신의 영역과 소유물에 집착해서 생긴 결과다. 여자는 관습적으로, 법적으로 남자의 소유물에 속한다. 남자들의 성기를 잘라버리면, 우리나라는 살기 좋은 나라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면 남자들이 진정하고 세상을 좀 더 조심스럽게 대하게 될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분비되던 테스토스테론이 없어지면 전쟁도, 죽음도, 도둑질도, 강간도 사라질 것이다. 남자들의 은밀한 부분을 잘라놓고, 피를 흘리다 죽든지 살든지 내버려두면 그제야 비로소 자신들이 여성에게 어떤 짓을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p351-2


아버지 친구는 할례를 받지 않은 우리가 너무 역겨워서 쳐다볼 수도 없다는 듯 말을 뱉곤 했다. 나는 그렇게 모욕을 당할 때마다 기분이 나빠서 곧 그 주둥아리를 닥치게 하는 법을 찾기로 작정했다.p77


본 글은 '문학당' 모임 때 발제한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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