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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보다/대학이야기

서울시립대학교 학생총회, 성사 불성사 논란에 부쳐

:차차 2012. 4. 3.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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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지난 3. 27에 열렸던 서울시립대 학생총회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총회는 당일 총회 중에도 논란이 있었고, 총회 이후에도 그 논란이 해결되지 않아 총학 입장으로서는 올해 중 가장 큰 곤욕을 치뤘던 때가 아닐까 싶다. 이번 총회에서 주된 논란이 되었던 것은 크게 절차상의 문제(1:1학생증 미확인, 투표용지 미리 배포 등)와 정족수의 문제(서면동의안의 효력)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이에 대한 지적을 했기 때문에 위 논란은 논외로 하고, 나는 학생총회에 대한 총학생회의 책임과 의무에 초점을 맞추고자 한다.


  일단 학생총회라는 것은 전체학생총회로, 한 학교 학생의 일정수 이상이 참석하여 중요한 안건을 의결하는, 때로는 회칙을 개정하기도 하고, 각종 요구안을 의결해 학교 등 당국에 요구하기도 하는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고의결기구이다. 총회 성사와 관련되어 가장 큰 관심사는 '성사' 여부인데, 각 학교별 성사정족수는 각각 다르다. 숙명여대는 1/7, 동국대학교는 1/5이 성사정족수인데 반해, 서울시립대학교는 1/10에 불과하다. 이는 총회 성사가 어려워 계속 회칙개정을 통해 줄여온 수치다. 대학생들이 학내 이슈와 학외 이슈에 관심을 가질 수 없게 무한경쟁이 지속, 강화되다 보면 이마저의 정족수마저 줄어들지 모르겠다. 여튼, 서울시립대는 그래도 정족수가 낮은 편에 속하는 1/10마저도 모으기 힘겨웠다. 3시부터 7시(인원 확인 시각이 3시부터), 약 4시간에 걸쳐 시간을 끌고 미리 투표를 실시하게 한 서명동의안을 통해 정말 '간신히' 총회를 성사시켰다. 

  서울시립대에서 전체학생총회에 사람을 모으는 것이 이렇게 힘들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학생총회 포스터에 대한 고찰

  아래 포스터를 한 번 보자. 포스터를 보고 무슨 생각이 떠오르는가?



  '나를 알아보겠느냐?' '다물라, 다물라, 그 입 다물라!' '학생품은 총회' '아이패드2' 크게 이 세가지일 것이다. 인기 드라마였던 <해를 품은 달>(이하 해품달)을 패러디했다는 것은 충분히 알 수 있으나, 학생들이 공론에서 이야기하는 자린데 "다물라, 다물라, 그 입 다물라!"는 <해품달>의 인기있는 대사를 말한다는 것이, 무언가 미스매치였다. 그리고 또 다른 문구.

  "나를 알아보겠느냐?"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다! 학생총회가 어떤 것인지, 무슨 안건으로 논의를 하는지 하등의 내용이 이 포스터에는 전혀 없다. 학관에 위 포스터를 인쇄한 현수막이 크게 인쇄되어 있었지만, 그런데 대체 어떻게 알아보란 말인가? 어떤 곳인지 전혀 모르니 아이패드/USB/식권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아이패드 총회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총회는 총회인데... 총회를 준비하는 총학 입장에서는 아이패드 총회로 기억되는 것이 여간 찜찜한 게 아니었을 것이다.



  총학생회장이 "그런데 서울시립대 총회가 학우들 사이에서는 아이패드2를 주는 통회로 이야기 되는 것 같아 고민이에요~ ㅠㅠ"란 말을 하며 '서울시립대광장'에 이번 총회의 의미를 간략하게라도 설명을 했다. 하지만 '서울시립대광장'은 실제 이용하는 학생이 5%나 될까, 8천 명에 비해 일부 학생들만 이용을 하고 있는 온라인 홈페이지다. 총학생회장의 말을 듣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의미를 생각했을까는 잘 모르겠지만, 오프라인 상에서 자주 보이는 포스터에 전혀 내용이 없는데 아이패드2를 추첨한다는 말에 총회를 아이패드 총회로 기억할 사람은 많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위 포스터는 동국대 학생총회에 대한 포스터이다. 확실히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 어디에도 식권을 준다. USB를 준다. 아이패드2를 준다. 는 호객스런 이야기는 없다. 하지만, 학생총회가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어떤 것을 논의할 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자료집 미배포

  경희대나 동국대의 경우 총회가 시작되기 전인데도, 학생들이 학생총회 자료집을 들고 다녔다. 아직 총회가 며칠 남았는데도 타 대학 학생들이 어떤 총회가 열리는지 오프라인 자료집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 반해 서울시립대에서는 총회 당일, 총회 장소인 대강당에서 자료집 투표용지와 함께 배포되었다. 

  학생총회 자료집을 당일에야 본인 확인할 때 받았으니, 이것은 학생총회를 준비해놨으니 머릿수를 채워달라는 꼴이나 다름없다. 총회가 무엇을 하는 자리인지 미리 알았더라면, 학생들이 현장발의할 사항들을 생각해왔을 수 있고, 총학이 준비한 의결안건도 미리 검토할 수 있었으며, 참석률도 자연스레 따라왔을 것이다. 그냥 신입생들이 대거 참석했다가 가는 머릿수 총회로 끝나지 않고 말이다. 이번 학생총회는, 이미 근원적인 홍보에서부터 실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총회에 쓸 에너지를, 부재자 신청에 올인

  무엇보다 이번 학생총회에서 학생들을 모으기 어려웠던 점을 꼽으라면 (아니, 총학을 대신해 핑계를 대자면) 나는 부재자 신청을 뽑겠다. 처음에 작게나마 언급했던 절차상의 문제가 생긴 것도, 총회의 의미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한 것도 총학이 부재자 신청이라는 큰 사업을 추진하는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소모한 까닭이다. 


[원탁토론회 방식으로 진행되었던 경희대학교 학생총회, 각 테이블에 토론진행자 1명과 학생 10명씩 앉았고 토론은 모든 학생들이 돌아가면서 1분 30초씩 발언하는 입론 후 상호토론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각 테이블에서 오가는 내용은 전광판에 실시간 표시되었으며, 안건 토론이 끝나면 무선투표기로 전자투표를 진행해 최종 합산된 표를 기준으로 안건을 통과시켰다.]


  총학이 부재자 투표소 마련하느라 고생한지는 알지만, 전체학생총회를 제대로 이끌어나가는 것이 중요한가 부재자 투표 신청을 받아 투표소를 마련하는 게 좋은가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전체학생총회에 더 힘써야 했다고 말하겠다. 물론 둘 다 잘 되었다면 좋았겠지만, 부재자 투표소 설치는 못했더라도 총회는 잘 했어야 했다.

  총학은 당일 날 마이크를 통해 대강당 주변에서 마이크로 학생들에게 참여를 호소했다. 학생들에게 너무나 먼 산이었을지 모른다. 학생들이 관심이 없다. 학생들이 아이패드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라고 학생 자체에게 책임을 물리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총학이 "그만큼 공론화될 수 있게 뛰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 부재자 투표 신청이 2천 명이 되지 않아 강팅까지 해서 2천 명을 넘겼던 그 열정을 왜 총회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가. 학생들을 더 모으고 싶었다면 부재자 투표 때처럼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끝으로

  요약하자면, 이번 학생총회를 준비함에 있어서 서울시립대학교 총학생회가 수고는 했지만, 홍보물 제작 및 오프라인 홍보가 실패했다고, 감히 말해본다. 총회 성사를 위해 대강당에서 4시간씩이나 기다린 학교가 또 있을까. 이번 총회는 허점이 너무나도 많았다. 이번 학생총회 성사와 불성사를 논란을 떠나서 총학이 학생총회에 대한 의무와 책임을 져버린 것은 아닌가 생각한다. 전체학생총회에 대한 고민이 매우 많이, 너무나도 부족했다. 차후 총회가 열릴 시에는 총학이 이번의 아픔을 딛고, 학생총회의 의미를 알리고 많은 학생들이 참여하고 토론할 수 있는 전체학생총회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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